공항버스 타는 곳 차로 5분
그 부탁을 하는 남편이 황당하고 굉장히 별로다라고 생각하는 게 제가 잘못된 건가요?
유아를 병원에 다른 보호자 없이 놓고 잠깐와서 본인을 태워주고 가라구요???
그 질문을 들었을 때, 정말 마음이 복잡하셨을 것 같아요.
아이가 입원해서 아픈 상황인데, 남편이 본인의 공항버스 타는 데 라이드(픽업이나 배웅)를 부탁했다면, 그 순간 마음속에서 “지금 그게 중요한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감정이에요.
우선, 당신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부모로서, 특히 주 양육자로서 아이가 아프면 몸도 마음도 긴장 상태가 되고, 그 어떤 일보다 아이 곁을 지키는 게 우선순위가 되죠. 그런데 남편이 그런 상황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자기 일정’을 우선하는 말이나 행동을 했다면, 실망하거나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너무도 당연해요.
이 상황을 심리적으로 보면요:
• 당신은 ‘가족 단위의 우선순위’를 따르고 있는 것이에요. 아이가 아프면, 가족 전체가 함께 아이를 돌보고, 특히 배우자끼리는 서로 협력하고 보완해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남편이 개인 일정에 집중했다면, 그건 지금 상황의 맥락을 제대로 읽지 못한 행동일 수 있어요.
• 상대는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내가 필요한 만큼은 도와줬다”고 생각하고, 그 이후엔 본인의 일정으로 돌아가려고 해요. 하지만 상대가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얼마나 지쳐 있는지는 깊이 생각하지 못하죠. 아이 돌봄의 감정 노동은 가시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온도 차’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감정적으로 정리하자면…
이 상황에서 느낀 감정—서운함, 억울함, 외로움, 혹은 “내가 아이랑 여기서 사투 중인데, 혼자 편하게 가겠다는 건가?”라는 생각—은 아주 건강한 감정이에요. 그 감정이 일어난 건, 지금 당신이 그만큼 아이를 위해 헌신하고 있고, 그만큼 가족이라는 관계에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증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잘못 생각한 걸까?”라는 질문을 굳이 자기 자신에게 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보다는, “이 상황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고, 왜 그런 감정을 느꼈을까?”라고 돌아보면 훨씬 자기 자신에게 따뜻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이 감정을 어떻게 풀면 좋을까요?
• 감정을 ‘비난’이 아닌 ‘표현’으로 전달해보세요.
“당신이 공항 가는 거 도와달라고 했을 때, 나 되게 외롭고 지친 기분이었어. 아이가 아픈 상황에서 나 혼자 버텨야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아팠어.”
이런 식으로, 상대를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내 감정을 전달하면, 상대도 방어적이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 상황의 맥락을 함께 정리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 둘 다 중요한 일이 있을 수 있지만, 아이가 아프면 서로가 더 집중해서 함께 대처해야 하는 거 아닐까?”
이런 대화는 미래의 같은 상황에서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꼭 드리고 싶은 말:
당신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타당하게 반응한 거예요.
아이를 걱정하고, 그 아이를 혼자 두기 싫고, 그 상황에서 본인의 감정을 우선해달라는 요청이 상처처럼 느껴졌던 건, 당신이 엄마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좋은 파트너십은, 그 감정을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데서 시작됩니다.
지금 충분히 잘하고 계세요.
그리고 그 마음, 절대 틀리지 않았어요.
#이기적인남편#황당한남편